리멤버유를 시작하게 된 이유

2022년 11월 07일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내가 이 세상을 떠나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내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그런데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라면 이러한 것들이 정말 나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요? 이러한 메시지는 사실 나 자신에게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는 남겨진 사람들, 즉 내가 사랑했던 가족, 친구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한없이 무뚝뚝하기만 하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알고 보니 직장 내에서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나한테 관심도 없는 줄 알았던 나의 형제가 알고 보니 주변 친구들에겐 항상 내 칭찬을 했다는 걸.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생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알게 된다는 것은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죽음을 통해 그 사람을 더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추모 혹은 장례문화는 너무 형식적인 부분에만 치중해 있습니다. 장례식장의 무거운 분위기에 압도되기에 그 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전부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고인에 대해 그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고, 그걸 공유한다는 건 나뿐만 아니라 고인의 가족, 지인들에게도 큰 의미가 됩니다.

우리는 타인의 모든 것을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도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아닌 이상 그를 다각도에서 보기는 힙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곳에서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를요.

이러한 갈증은 추모공간을 통해 타인이 공유한 사진과 글을 통해 채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의 처음 보는 표정이나 미소를 보았을 때, 우리는 그에 대한 퍼즐을 한 조각 더 맞춰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가 리멤버유 입니다. 리멤버유는 온라인 추모공간으로, 그리운 이에 대해 우리가 함께 맞춰나가는 퍼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장례식장에서 차마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장례식장에 가지 못했던 이들도 이 추모공간에 방문하여 추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마치 고인에게 다 말 못 한 편지를 쓰는 것처럼요.

꼭 길고 장황한 글이 아니더라도 그가 평소에 좋아했던 장소나 음식, 그리고 함께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애도의 과정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프로젝트 초기 단계라 부족한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지도 모르겠고, 또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알려야 할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제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세상을 바꾼 것들은 그 변화를 이끄는 첫 한걸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는 점과, 이러한 추모 방식의 변화는 이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리멤버유를 통해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마지막 퍼즐을 잘 맞춰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21년 5월 11일
리멤버유를 처음 공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