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2022년 12월 23일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유품정리사 김새별씨가 떠난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배운 삶의 의미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책입니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고독하게 떠난 중년, 얼굴을 알아볼 수 조차 없이 부패한 딸을 끌어안고 우는 아버지부터 건강 악화로 인하여 움직이지 못하자 집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쌓아놓고 살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까지 김새별씨가 맞이한 죽음 후의 모습은 다양했습니다.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책을 읽은 후, 제가 떠난 후에는 어떤 물건들이 남겨질까 생각하며 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제가 구매했던 수많은 옷과 신발, 화장품 그리고 잡동사니 등… 어림잡아 200개는 되는 물건이 보였습니다.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인 미국인 가정집에는 30만개의 물건이 있다고 합니다. 손톱깎이와 머리끈과 같은 자잘한 것에서부터 소파, 텔레비전, 냉장고와 같은 고가의 물건까지 우리는 물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사회는 우리는 아침에 눈뜬 순간부터 밤에 잠이 드는 순간까지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상업 광고가 더욱 치밀하고 똑똑한 방법으로 우리의 욕망을 분석합니다. 원클릭구매나 당일 배송과 같이 한번 익숙해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편의성까지 제공하면서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사면 더 행복해질거야’와 같은 속삭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맙니다. 그렇게 우리의 공간은  포장도 열지 않은 수많은 물건들로 쌓여가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요속에 살고 있음에도 현대인들은 우울하고 불안합니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에 따르면 우리가 이렇게 수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행한 이유는 우리가 잘못된 것들을 가지려 하기 때문입니다. 정작 우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어떤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과 같이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의 공허함과 우울함, 그리고 불안감을 소비를 통해 해소하려 합니다. 이러한 소비습관은 마치 목이 마를 때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맹목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는 이러한 공허함을 더욱 심화시키기만 할 뿐이죠.

우리의 삶을 정말 중요한 것으로 채워나가고 싶다면 그것이 들어갈만한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 많은 광고들이 ‘이걸 사면 넌 행복해질거야!’라고 여기저기서 소리칠 때 잠시 시간을 갖고 이 물건이 정말 ‘내가 원하는’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목적을 잃은 물건들을 버려나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그 빈 공간들은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로 하나씩 채워져나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