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일 8월 19일, 그날 장례식을 하자고요?”
책 <모두 웃는 장례식>은 암에 걸려 곧 죽을 날을 앞둔 할머니가 자신의 생전에 살아계실 때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포하면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윤서와 윤서의 아빠는 생일날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할머니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죽은 뒤에 울고불고 한들 뭔 소용이냐며 살아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결국 아빠도 할머니의 뜻을 받아들여 장례식을 준비하게 됩니다. 아빠와 고모는 생전 장례식을 위해 신문에 광고도 내고, 할머니가 한평생 일하던 시장에 가서 상인들의 인사말을 모아 동영상으로 만듭니다. 할머니의 장례식 날, 할머니는 고운 도라지꽃이 수놓아진 한복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합니다.
“이번 생에 내 친구로, 이웃으로 만난 여러분 덕분에 참 행복했어요. 내 자식으로 태어나 준 우리 아들딸, 손자, 손녀한테 너무 고마워요.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그때 또 만나서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요.”
생각해 보면 장례식이라는 건 아이러니합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고인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고인의 삶을 찬양하지만 정작 그 주인공은 그곳에 없습니다.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나눌 수도, 고인이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도 없죠. 먼 자리에서 힘들게 모인 사람들 앞에 놓인 건 말이 없는 영정사진뿐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장례식, 또는 생전 장례식을 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나이나 건강 상태와는 상관없이 살아있는 동안 소중한 사람들과 자신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 들고 생전 장례식을 주최하기도 합니다.
임종을 앞둔 사람은 살아있는 장례식을 통해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사랑했던 사람들과 추억을 나누고 작별 인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엄숙하고 우울한 일반적인 장례식과는 다르게 생전 장례식은 유쾌하고 웃음이 끊이질 않죠.
2018년, 노년 유니언의 위원장을 맡은 김병국 씨도 살아있는 장례식을 열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말기 암 환자인 그는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을 반드시 슬프게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손을 잡고 웃을 수 있을 때 인생의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검은 옷 대신 밝은 옷을 입고 오세요"라며 자신의 초대장에 적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이크를 잡고 김병국 씨에게 하고 싶었던 그가 해온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면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날 김병국 씨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포옹하였다. 그리고 그가 병실로 돌아갈 때 모두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기존의 장례식이 눈물과 회환으로 가득 차 있는 것에 비해 생전 장례식에는 기쁨과 감사, 그리고 웃음이 가득합니다. 인생 마지막 여정을 떠나기 전에 살아있는 장례식을 통해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