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우주먼지 그리고 불꽃놀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의 공통분모는 바로 ‘유골’입니다.
우리가 아는 가장 보편적인 유골 처리 방법은 봉안(유골을 봉안시설에 안치하는 것) 또는 자연장이죠. 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장례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장례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친환경 시신 처리 방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시신을 처리하는 다양한 기상천외한 방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1. 우주장
우주장에는 로켓을 사용하는 방식이 있고 보다 비용이 적은 풍선이나 열기구를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로켓을 사용하는 경우 전용 용기에 담긴 유골이 금속 상자에 넣어져 로켓 상단에 탑재됩니다. 로켓 발사 후 상단 분리 시 금속 상자도 함께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지상으로부터 500~600km 상공에서 수년간 주회한 뒤 대기권에서 재돌입해 타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풍선이나 열기구를 사용하는 경우, 헬륨 가스가 들어있는 풍선에 유골을 함께 넣어 올려보내면 성층권에서 기압차로 인해 풍선이 터지게 되면서 유골이 흩어지는 방식입니다.
2. 폭죽장
헤븐리 스타 파이어웍스(Heavenly Star Fireworks)라는 한 영국 기업은 고인의 유골을 넣은 폭죽을 제작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가격은 3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 패키지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우선 원하는 폭죽을 선택하여 결제를 하면 유골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집으로 보내줍니다. 사용자가 유골을 담아 용기를 돌려보내면 해당 유골을 사용하여 폭죽을 제작하여 사용자에게 보내주는 형식입니다. 후기를 읽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한 고객은 자신의 남편은 생전 불꽃놀이를 좋아했었고, 자신의 유골이 로켓으로 뿌려졌으면 좋겠다고 항상 말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3. 산호초장
산호초장은 유골로 인공 산호초로 만들어 바다에 수장을 하는 방식입니다. 플로리다에 기반을 둔 자선단체
이터널 리프(Eternal Reefs)라는 자선단체는 원래는 멸종해가는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하여 설립된 단체였습니다. 설립자의 장인이 유언으로 자신의 유골을 인공 산호초에 혼합하여 수장해달라고 하였고, 이렇게 산호초장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골 가루에 해양 친화적인 콘크리트를 섞어 만든 이 인공 산호초는 친환경 장례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유골과 콘크리트 혼합물에 손자국이나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고, 수장 후에 가족들은 수장된 위치의 GPS 좌표를 받게 됩니다.
4. 연필장
약간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화장한 시신의 탄소로 연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카본 카피스(Carbon Copies)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영국 디자이너 나딘 자비스(Nadine Jarvis)의 아이디어입니다. 한 명의 유골로 약 240자루의 연필을 만들 수 있고 각 연필에는 고인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연필이 들어있는 그 상자에 연필깎이가 연결되어 있는데, 연필을 깎으면 그 부스러기가 다시 상자로 들어간다는 점 입니다. 즉, 모든 연필을 다 쓰고 나면 연필 상자에서 유골과 연필 부스러기가 담긴 상자로 변하는 것입니다. 기발하기는 하지만 연필 끝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는 저 같은 사람한테는 그다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듯 하네요.
5. 알칼리 가수분해 장례
알칼리 가수분해 장은 시신을 알칼리 용액에 담가 조직을 분해하는 장례를 말합니다. 시신을 실크 성분으로 만든 관에 넣은 후 수산화칼륨을 섞은 물에 시신을 담급니다.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가열하면 뼈 속의 인산칼슘 성분만 남는데 이를 분쇄하여 유족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화장에 쓰이는 에너지의 10%도 안되는 에너지로 가능하여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친환경 장례방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수분해장에 대한 거부감은 있으며 친환경과 혐오감 사이에서 화장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동물만 이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6. 다이아몬드
유골을 특수 공정을 거쳐 탄소를 추출하여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작 비용은 수목장과 비슷한 600만 원 정도이며 추가적인 관리 비용이 들지 않아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납골당이나 묘지에 안치한 경우 자주 찾아뵙지 못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다이아몬드는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7. 3D 프린팅
나르본(Narbon)이라는 스페인 장례 기업은 유골재를 3D 프린터의 잉크와 섞어서 물건 및 보석을 제작합니다. 유골과 섞을 수 있는 재료는 플라스틱, 목재, 금속, 세라믹 등으로 이 재료를 사용하여 보석에서부터 흉상이나 꽃병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앞에서 말한 유골로 만든 다이아몬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8. 버섯 포자 수의 매장
TED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버섯 포자 수의’는 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즉 버섯 포자가 있는 수의 자체가 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재미교포 이재림 씨는 매장이나 화장의 방식 모두 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제품을 고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장례 과정에서 부패 속도를 늦추기 위해 독성 포름알데히드를 주입하게 되는데, 이는 장례식장 직원들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버섯 수위에 있는 버섯들은 자연적으로 우리 신체의 독성 물질을 중화하거나 분해함으로써 독소를 무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배우 루크 페리는 그의 유언에 따라 이 수의를 입고 장례를 치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9. 레코드판
유골로 만든 연필만큼이나 기이한 발상입니다. 영국의 회사 앤드비닐리(Andvinyly)는 유골을 넣은 레코드판을 제작한다고 합니다. 한 레코드당 1티스푼 정도의 유골이 들아가며 반려동물의 유골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나 개인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고, 추가 요금을 내면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음악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긴 하나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는 모르겠네요.
10. 냉동 보존술
2015년, 태국의 어느 과학자 가족이 뇌암으로 죽은 2살배기 딸 아인즈를 전신 냉동보존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희망을 얼리다: 환생을 향하여'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습니다. 태국 대학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사하똔 박사는 사랑하는 딸을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딸을 냉동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로 인해 언론의 엄청난 주목과 비판을 받게 되지만 미래의 과학 기술에 희망을 건 것이죠. 전신 냉동보존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몸을 그대로 냉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기를 모두 제거하고 피를 모두 뽑아낸 뒤, 부동액으로 채워 넣고 냉동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과학자들도 시신 자체는 보존을 할수 있을지언정 아인즈의 모습이나 기억까지 완벽하게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은 0.1%라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인즈의 가족들은 언젠가 과학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여 아인즈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