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2022년 11월 08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극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지? 그 슬픔을 안고 평생 살아가라는 것인가?
 
이 글의 제목을 보고 이러한 질문이 문득 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삶의 뿌리를 흔들 수 있을 만큼 큰 사건이지만 우리는, 또 우리의 사회는 죽음과 떠나보냄을 아직 잘 다루고 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Kelley Lynn의 TED 강연, When Someone You Loves Dies, There Is No Such Thing as Moving On 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영국의 소설가 C.S 루이스의 헤아려 본 슬픔 (A grief observed)이라는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슬픔이 마치 두려움과도 같은 느낌이라고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무섭지는 않으나 그 감정은 무서울 때와 흡사하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이란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 슬픔이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그리고 사랑했던 그 사람의 웃음소리와 모습을 잊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슬픔은 당신을 고립시키고 외롭게 하고 모든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고 강연자 Kelley는 말합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슬픔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보통
 
"이 모든 것은 신의 뜻이야"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야"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쁜 의도에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악은..
 
"이제 그만 슬픔에서 빠져나와! 이제 너의 인생을 살아" (You need to move on!)
 
이에 Kelley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고 나아가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며, 이는 슬픔과 회한이 불편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된 아이디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그들이 나쁜 의도에서 한 것이 아니라, 몇 십 년간 그들이 지금까지 듣고 익숙한 위로의 말을 하는 것입니다.
 
Kelley 역시 건강하고 젊은 남편을 하루아침에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남편을 보낸 그날부터,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까지 그만 잊고 나아가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이 매주 남편의 무덤에 찾아가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시간을 보내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이 그녀를 위한다는 생각에서 의자를 없애 버리고 이제는 그만 찾아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키 사고로 동생을 잃은 어떤 한 여성에게 목사는 이제 그에 대하여 그만 이야기하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서 그들을 애도하는, 마지막 연결고리를 뺏어감으로써 우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요?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대체 가능하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애도하는 데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일까요?
 
 
이런 식으로 계속 주변 사람들로부터 잊으라는 강요를 듣게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삶의 이유를 잃게 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을 점점 더 고립시키고 다른 사람들에게 슬픔을 이야기하지 않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러한 눈초리를 받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강연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과 함께, 그리고 슬픔을 통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죽은 동생에 대해 이제 그만 이야기해" 가 아니라 "동생에 대해 더 이야기해줘"라고 하는 것이지요. 떠나간 이를 기리고 그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요.
 
 
미셸은 불의의 사고로 35살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미셸이 이러한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없었고, 미셸은 이러한 사람들을 직접 돕고자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모임인 Soaring Spirits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게 됩니다.
 
 
미셸은 이 단체를 통해 3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의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을 도왔고, 여기서 만난 남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제 미셸이 새로운 남편을 사랑한다고 해서 이전의 배우자를 잊은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여전히 그녀의 전 배우자를 그리워하고, 미셸의 현재 남편은 이러한 모습까지, 아니 이러한 모습들 때문에 그녀를 더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세상을 떠납니다. 이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우리를 떠나간 사랑했던 이를 대하는 방식이나 이야기하는 방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바꿀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여러분은 잊히고 싶은가요, 아니면 우리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기억되고 기려지고 싶으신가요?
남겨진 사람들이 "이제 그 사람을 잊어"라는 말을 듣기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나의 죽음을 통해 좀 더 의미 있고 목적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시나요?
 
우리 모두는 아름답게 기억되고 회자될 가치가 있는 삶입니다. 모든 삶이 그렇습니다.
 
뮤지컬 해밀턴의 노래 중 하나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When my time is up, have I done enough?Will they tell my story?Will they tell your story?Who tells your story? 내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나는 충분히 이뤄낸 걸까?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할까?사람들이 너의 이야기를 할까?누가 당신의 이야기를 전할까?
 
언젠가 우리가 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를 사랑했던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떠나간 이를 잊어버리려, 지워버리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길 바랍니다.
 
그리고 리멤버유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항상 살아갈 것이고, 이를 통해 세상을 사랑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